다시 찾아온 봄, 잊혀지는 쑥떡의 자리
따뜻한 바람이 불고, 산과 들에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는 봄이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향기가 있다. 바로 쑥의 향기다. 그리고 그 향기를 그대로 간직한 전통 간식이 있다. 바로 봄을 대표하는 녹색 간식이다.
이 음식은 단순한 떡 그 이상이다. 자연과 계절의 감각이 담긴 음식이자, 어릴 적 할머니 손을 잡고 시장에서 사 먹던 기억, 명절과 제사상에 오르던 풍경, 봄날 들녘에서 쑥을 뜯던 가족의 모습이 함께 담겨 있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전통 음식조차 점점 사라지고 있다.
봄의 생명력을 담은 자연식 간식
이 전통 음식은 이름 그대로 쑥을 넣어 만든 떡이다. 보통은 찹쌀가루나 멥쌀가루에 삶은 쑥을 섞어 반죽하고, 그 반죽을 찌거나 치대어 완성한다.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이름이 있지만, 대표적으로는 쑥개떡, 쑥설기, 절편 등이 있다.
특히 쑥개떡은 데친 쑥과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찐 다음, 팥소를 넣거나 콩고물을 묻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이는 쫄깃한 식감과 함께 은은한 쑥 향이 어우러져 봄철 별미로 사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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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이유는?
예전에는 봄만 되면 동네 방앗간에서 이 전통 떡을 찌는 풍경이 흔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모습을 보기 어려워진 이유는 다양하다.
1. 수작업의 어려움
이 전통 간식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봄이 오면 들판에서 직접 쑥을 캐는 일부터 시작된다. 캐온 쑥을 깨끗이 다듬고, 끓는 물에 데친 후 곱게 갈아내는 과정, 여기에 쌀가루를 섞어 반죽을 만들고 다시 시루에 찌기까지 모든 과정이 정성과 시간이 들어간다. 빠르고 간편한 조리법에 익숙해진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수작업 방식이 점점 외면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손맛이 깃든 전통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세대를 이어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2. 대체 간식의 등장
베이커리, 디저트, 젤리,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간편식 간식들이 유통되면서 젊은 세대는 전통 떡보다는 새로운 맛에 더 끌린다. 계절을 반영한 간식보다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류가 더 보편화되면서 소비 감소가 나타난다.
3. 계절 음식에 대한 감각 약화
현대인의 식생활은 점점 사계절의 감각을 잃어가고 있다. 예전에는 봄이 되어야만 맛볼 수 있었던 쑥처럼, 계절을 기다리며 먹는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농산물 유통망의 글로벌화와 냉장 및 냉동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계절에 관계없이 언제든 쑥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그로 인해 제철에 맞는 음식을 먹는 전통적인 식문화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 계절을 느끼는 식탁의 즐거움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쑥떡이 담고 있는 의미
이 간식은 단순히 봄 간식을 넘어서, 한국인의 삶과 자연 인식이 담긴 중요한 상징이다. 봄철 생명력이 깃든 쑥을 활용하여 만든다는 점에서 건강 식품으로서도 가치가 높다. 또한 계절에 맞춰 음식을 준비하고 나눠 먹는 문화는 한국인의 공동체적 정서를 대변한다.
뿐만 아니라 이 음식은 건강에도 유익하다. 쑥은 비타민 A와 C, 칼슘, 철분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며, 소화 기능을 돕고 항산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쑥 특유의 향은 입맛을 돋우며 봄철 나른함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준다.
쑥떡이 사라진다는 건 무엇을 잃는 걸까?
이 간식이 사라진다는 것은 계절성과 전통, 건강과 공동체 문화를 함께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릴 적 시골에서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쑥을 뜯고 떡을 만들던 풍경은 이제 과거의 추억으로만 남을지도 모른다.
계절을 기억하게 해주고, 가족과 이웃이 함께 모여 음식을 만들던 그 전통의 끈이 끊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단순히 한 가지 음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계절과 인간, 자연의 조화를 기반으로 한 삶의 방식이 사라지는 것이다.
현대적으로 되살릴 방법은 없을까?
이 전통 간식을 현대인의 생활에 맞게 되살리는 방법도 있다. 슬로우푸드 문화의 확산, 전통음식 체험 프로그램, 지역축제와 연계한 먹거리 홍보,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건강 간식 브랜드 개발 등이 그 예다.
젊은 세대를 위한 카페 스타일의 쑥떡 메뉴, 또는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떡 밀키트 개발도 충분히 가능하다. 중요한 건 그 시작을 만들고, 계절과 전통을 존중하는 문화를 다시 살리는 것이다.
결론: 쑥떡, 봄을 기억하는 한국인의 음식
쑥떡은 단순한 떡이 아니다. 그것은 봄을 기억하게 하고, 자연을 섬기던 한국인의 섬세한 감각이 담긴 음식이다. 사라진다면 단지 한 가지 간식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계절과 함께 살던 방식을 잃는 셈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처럼 잊혀져가는 전통 간식을 되살리고, 그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는 일이다. 음식은 곧 문화이며, 쑥떡은 그 문화를 이어주는 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