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태전과 덖은차를 중심으로 한 전통 발효차의 유형별 발효 방식

차는 단순히 마시는 음료를 넘어선 발효의 예술이며, 각 지역과 문화에 따라 그 제작 방식과 향미, 색상, 성분이 모두 다르게 나타납니다. 한국의 전통 발효차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또 다른 고유의 맥을 이어오며, 특히 청태전(靑苔煎)과 덖은차는 우리 고유의 차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발효차 두 가지인 청태전과 덖은차를 중심으로, 각각의 발효 방식, 성상(색과 모양), 향미의 차이를 비교 분석하고, 차별화되는 발효 원리와 문화적 의미를 함께 조명해 보겠습니다.


청태전과 덖은차란? 찻잎을 뭉쳐 만든 발효의 유산

청태전과 덖은차은 조선 시대부터 내려온 전통 덩어리차의 일종으로, 주로 전라도와 경상도 남부 지역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생잎을 수확하여 찧은 뒤, 원형 혹은 타원형으로 빚어 그늘에서 자연 건조한 후 곰팡이가 피게 놔두는 발효차입니다.

곰팡이는 주로 표면에 하얗게 생기며, 숙성 과정에서 특유의 향과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이 곰팡이는 발효를 유도하는 미생물로서, 중국의 보이차와 유사한 **후발효 방식(보이후차)**에 가깝습니다.

  • 발효 방식: 비가열 상태에서 자연 미생물 발효 진행 (후발효)
  • 색상: 잎은 어둡고, 우려낸 차는 붉은 갈색 혹은 적갈색
  • 향미: 묵은 내음, 흙내음, 구수함과 약간의 발효취
  • 보관 방식: 통풍이 잘 되는 항아리 혹은 마른 종이 포장
  • 특징: 오래 둘수록 발효가 진행되며, 맛이 깊어짐

덖은차란? – 고온 가열로 만든 한국 고유의 녹차

덖은차는 ‘덖다’라는 우리말에서 유래된 말로, 생잎을 가마솥에 덖어 수분을 제거하고 산화를 억제한 차를 말합니다. 이는 중국의 증제차(蒸製茶)와 달리, 직화 방식으로 덖는 것이 특징입니다.

주로 녹차로 분류되며, 산화 효소가 비활성화되기 때문에 발효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무발효차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덖는 온도와 시간, 숙성 여부에 따라 약한 발효의 특징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 발효 방식: 고온으로 효소를 억제 (비발효 혹은 약발효)
  • 색상: 엽색은 녹색에서 청록색, 우린 물은 옅은 연녹색
  • 향미: 고소함, 풀향, 볶은 곡물향
  • 보관 방식: 밀봉하여 직사광선 없이 서늘한 곳에
  • 특징: 신선한 맛과 산뜻한 향, 카페인 함량은 중간 수준

발효 방식 비교 – 청태전 vs 덖은차

구분청태전덖은차

발효 유무후발효(자연 미생물 발효)비발효 또는 약발효(열처리로 효소 억제)
발효 방식저온·고습 환경에서 자연 발효고온에서 덖어 효소 비활성화
주된 미생물곰팡이, 효모 등 자연 미생물없음(열처리로 억제됨)
색상적갈색 혹은 진갈색연녹색에서 청록색
향과 맛구수함, 숙성된 흙내음고소하고 신선한 풀향
보관 방법통기성 유지 필요 (자연 숙성)밀봉 보관 (산화 방지)

이처럼 두 차는 재료는 같지만 제조 방식이 전혀 다르고, 결과물도 전혀 다릅니다. 같은 찻잎이더라도 어떤 과정을 거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차의 세계가 열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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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태전과 덖은차 전통 발효차의 현대적 가치

전통 발효차 청태전과 덖은차는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청태전은 프로바이오틱 발효의 일종으로 분류되며, 장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익균이 존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습니다. 발효 중 생성되는 유기산, 아미노산 등은 면역 조절, 항산화 효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덖은차는 반대로 산화와 발효를 억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신선도 유지, 카테킨 함량 보호, 항산화 성분 보존이 주요 장점으로 꼽힙니다.

따라서 두 차는 건강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기능성 음료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문화와 정서가 깃든 차 한 잔

  • 청태전, 세대를 잇는 기억의 차
  • 청태전과 덖은차는 우리 전통차 가운데서도 특히 의미 있는 차로, 예로부터 제사에 올리는 차, 혹은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는 ‘기억의 차’로 여겨졌습니다.그 형태는 동글동글한 고리 모양으로 특이한데, 이는 저장과 운반을 용이하게 하려는 실용성과도 연결됩니다.
  • 청태전은 오랜 시간 발효와 숙성을 통해 깊은 풍미를 만들어내며,하나의 차를 여러 세대에 걸쳐 나누는 전통 속에서, 가족과 공동체의 유대감을 상징하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 덖은차, 선비의 수양차
  • 반면, 덖은차는 조금 더 일상적인 성격의 차입니다.
  • 잎을 바로 덖어서 산화되지 않도록 막은 이 차는,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입니다.
  • 이러한 덖은차는 예부터 선비들이 즐겨 마시던 차로, 정신을 맑게 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 쓰였습니다.
  • 따라서 덖은차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수양의 도구이자 사색의 동반자로 여겨졌습니다.
  • 조선 시대에는 차를 마시며 글을 짓고, 붓을 들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는 의식의 일부로도 사용되었죠.

마무리하며

전통 발효차인 청태전과 덖은차는 같은 찻잎에서 출발하지만, 전혀 다른 발효 원리와 맛, 건강 효과, 문화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청태전은 시간과 자연이 만든 ‘발효의 정수’이며, 덖은차는 인간의 기술로 신선함을 지켜낸 ‘불의 예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단지 차를 마시는 것을 넘어, 그 차의 배경과 발효 과정, 문화적 가치까지 함께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 잔의 차에 담긴 깊은 이야기야말로, 진짜 전통의 맛일지 모릅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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