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기술의 진화, 단일균에서 복합균주로
발효는 인류가 수천 년간 식품과 의약, 에너지 생산에 활용해온 대표적인 생물공정이다. 과거에는 특정 균주 하나를 중심으로 단순한 발효를 진행했다면, 최근 산업계와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복합 균주 발효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복합 균주 발효는 두 종류 이상의 미생물을 조합하여 상호보완적인 대사 작용을 유도하는 고도화된 발효 기술이다. 서로 다른 균주들이 특정 환경에서 함께 작용하면서 기능성 물질의 생산성, 효율성, 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기술은 단순한 유산균 발효를 넘어서 항산화물질, 항암물질, 유용 효소, 고기능성 펩타이드 생산에까지 활용되고 있으며, 식품산업뿐 아니라 의약품, 화장품, 바이오소재 산업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복합 균주 발효기술의 핵심 메커니즘
복합 균주 발효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 상호 보완적 대사 경로
하나의 균주가 생산한 부산물이 다른 균주의 기질이 되어, 서로 다른 효소 반응이 연결된다. 예를 들어, 유산균이 생산한 젖산을 바실러스균이 이용해 폴리펩타이드로 전환할 수 있다. - 환경 안정성 향상
특정 균주는 pH 저하에 민감하지만, 다른 균주가 이를 조절함으로써 발효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 발효 시간 단축 및 생산성 증가
서로 다른 대사 경로가 병행되면서 발효 속도와 수율이 동시에 향상된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면 기존 단일균 발효보다 훨씬 다양한 유효 성분을 높은 농도로 생산할 수 있으며, 발효 식품의 기능성과 풍미도 함께 개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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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 발효 vs 액체 발효, 어떤 차이가 있을까?
복합 균주를 활용할 때, 어떤 발효 환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특성은 크게 달라진다. 대표적인 발효 방법은 **고체 발효(Solid-State Fermentation, SSF)**와 **액체 발효(Submerged Fermentation, SmF)**로 나뉜다.
1. 고체 발효 (SSF)
고체 발효는 물의 함량이 적은 상태에서 **고체 기질(예: 곡물, 두유박, 밀기울 등)**을 이용해 미생물을 배양하는 방식이다. 자연 발효식품 대부분이 이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장점
- 수분 함량이 낮아 에너지 소모가 적고 비용이 낮다.
- 천연 소재와 가까운 환경이므로 균주 안정성과 생존율이 높다.
- 발효물이 풍미가 깊고 향이 좋다.
- 기능성 물질이 고농도로 축적되기 쉽다.
단점
- 균일한 공정 유지가 어렵고, 자동화 및 대량 생산에 제약이 있다.
- 온도, 산소, pH 조절이 쉽지 않아 품질 편차가 생기기 쉽다.
2. 액체 발효 (SmF)
액체 발효는 균주를 수용액 상태에서 배양하는 방식으로, **발효조(fermenter)**를 이용해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다.
장점
- 산업화와 자동화가 용이하다.
- pH, 온도, 산소 농도 등 공정 제어가 정밀하게 가능하다.
- 균일한 품질 유지가 가능하고, 시간 대비 생산성이 높다.
단점
- 수분 함량이 높아 에너지 소비가 크고, 배양액 처리 비용이 높다.
- 일부 미생물은 수분 환경에서 생존율이 낮아 균주 선택에 제약이 생긴다.
실제 적용 사례: 복합균주 × 고체 발효 vs 액체 발효
현대 발효 산업에서는 목적에 따라 고체 혹은 액체 발효 방식이 선택되며, 복합 균주 기술과 결합될 때 효율이 극대화된다.
- 기능성 발효식품 개발
예: 김치 발효 시 Leuconostoc과 Lactobacillus 혼합 사용 → 고체 발효
→ 향미 증진 + 유산균 생존율 향상 - 고기능성 소재 생산
예: 바실러스균과 효모를 함께 활용해 단백질 분해 효소 생산 → 액체 발효
→ 산업용 효소 대량 생산에 유리 - 프로바이오틱스 원료 생산
고체 발효로 높은 생균수를 확보하고, 이후 분말화
액체 발효는 균일한 품질의 캡슐, 음료 생산에 적합
향후 기술 전망: 맞춤형 균주 설계와 AI 발효 공정
앞으로의 발효 산업은 단순히 미생물을 배양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원하는 특성을 가진 균주를 정밀하게 설계하고, AI 기반 발효 조건 분석 및 최적화 기술과 접목되면서 더욱 고부가가치와 맞춤형 기능성을 갖춘 제품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러한 기술 융합은 식품뿐만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화장품, 친환경 소재 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의 고체 발효와 액체 발효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발효 시스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복합 균주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효소 활성, 대사산물 생산성, 발효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향후 발효 산업은 기술 집약형 생명공학 산업으로 더욱 고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링크
- 농촌진흥청 발효미생물 연구센터 https://www.rda.go.kr/main/mainPage.do
- 국제발효학회 (ISFJ) https://www.mycology.or.kr/notice/?mod=document&uid=356
마무리하며
복합 균주 발효기술은 단순한 전통 발효를 넘어, 기능성 소재 개발, 건강기능식품, 바이오산업 전반에 활용될 수 있는 미래형 기술이다. 특히 고체 발효와 액체 발효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고 목적에 따라 활용한다면, 더 높은 품질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발효 기술은 미생물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공정 관리, 생물학, 화학, 환경까지 아우르는 융합 지식이 필요한 분야다. 앞으로 이 기술은 지속 가능한 바이오 경제 시대를 이끄는 핵심 동력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