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과에 스민 정성과 시간, 명절마다 되살아나는 전통 간식의 의미

명절이 되면 한국인의 식탁 위에는 유독 공들여 만든 음식들이 오른다. 송편, 전, 갈비찜 같은 익숙한 요리들 사이에서, 바삭하고 고운 고명을 얹은 전통 과자 하나가 눈에 띈다. 바로 유과다. 고운 옷을 입은 듯한 외형, 입에 넣었을 때 퍼지는 부드러운 바삭함, 그리고 씹을수록 번지는 은은한 단맛. 유과는 단순히 입을 즐겁게 하는 과자를 넘어 오랜 세월을 견디며 이어져 온 한식 문화의 한 줄기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명절 음식의 일부로 빠지지 않는 유과는 과거 선조들의 지혜와 미각, 그리고 가족을 향한 정성이 고스란히 담긴 음식이다. 특히 명절이나 혼례, 제례 등 특별한 행사 때마다 준비되던 이 음식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정서와 전통을 전달하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국 전통 과자의 역사와 유래

한국의 전통 과자는 조선 시대 이전부터 다양하게 존재해 왔다. 찹쌀을 주재료로 한 떡이나, 한과류로 분류되는 과자들은 궁중과 민간을 아울러 널리 만들어졌고, 그중에서도 유과는 귀한 재료와 복잡한 제조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특별한 날에만 만들어졌다.

특히 조청을 입혀 고물을 묻히는 방식은 우리 조상들이 단맛을 섬세하게 조절하고, 음식의 보존성을 높이며, 시각적인 아름다움까지 고려한 결과물이다. 유과는 그야말로 ‘보여주기 위한 음식’이 아닌 ‘의미를 담는 음식’이었다. 이 때문에 제사상이나 혼례상, 그리고 손님 접대용 음식으로 꾸준히 사용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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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많이 가는 음식, 정성이 핵심이다

유과를 만드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찹쌀을 몇 시간 동안 충분히 불린 후, 고운 반죽을 만들고, 이를 건조시켜 튀긴 다음 조청에 묻히고, 마지막으로 고물을 입히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각 과정마다 온도, 습도, 시간 조절이 핵심이며, 조청의 농도와 반죽의 질감 하나만 잘못되어도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않다.

특히 마지막 단계인 조청과 고물 입히기에서는 손맛이 그대로 드러난다. 고루 묻히되 지나치지 않게, 조청은 흘러내리지 않게, 고물은 뭉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이처럼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지만, 그만큼 완성된 유과는 먹는 사람에게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오래 전부터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명절 전날 모여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만들며 가족을 생각했다. 어린 시절 그 옆에서 재료를 만지고 맛을 보며 전통을 자연스럽게 익히던 기억은 어른이 되어서도 생생하게 남는다.

유과 담긴 사회적 의미

단순히 ‘과자’로 분류되지만, 사실은 사회적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 제사 음식으로 올려 조상과의 연결고리를 이어주고, 손님 대접용으로 사용되며 상대에 대한 예의를 표현했다. 또한 혼례 시에는 신랑 신부의 새로운 출발을 축복하는 의미로 쓰였고, 생일이나 돌잔치 같은 잔치 음식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한과의 일종이지만 그 외형에서도 풍성함과 고운 기운을 담고 있다. 고물을 입은 다양한 색의 유과는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을 주고, 집안에 복이 들어온다는 상징으로 여겨졌다. 단지 맛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메시지를 담고 전달하는 도구였던 것이다.

전통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변화

과거에는 대부분의 유과가 집에서 손수 만들어졌지만, 현대에는 그 수고로움을 대신해줄 수제 전문점이나 전통 한과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건강을 생각하는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춰 저당 유과, 현미나 흑미를 활용한 유과, 다양한 견과류를 조합한 유과까지 등장하면서 세대를 넘는 간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명절 선물세트에도 자주 등장한다. 깔끔하게 포장된 전통 과자 세트는 부모님, 어르신, 지인 등에게 마음을 전하기에 손색이 없다. 외국인에게도 한국 고유의 정서를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문화 콘텐츠로 기능하고 있다.

실제로 전통시장이나 백화점뿐 아니라 온라인 마켓에서도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맛과 디자인 모두 현대적 감각을 입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좋은 예로 손꼽힌다.

잊지 말아야 할 전통의 가치

현대사회는 빠른 변화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흐름 속에 있다. 많은 전통 음식들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손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점차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유과와 같은 전통 간식은 단순한 식품이 아니라, 우리의 정서와 가치를 담고 있는 문화의 일환이다.

이러한 음식을 단지 ‘옛날 음식’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 안에는 가족을 위한 정성, 이웃과 나누는 마음, 그리고 우리 고유의 삶의 철학이 녹아 있다. 손으로 직접 만들어 나누고, 그 과정을 함께하는 문화는 현대 사회가 다시 회복해야 할 중요한 가치이기도 하다.

마무리하며

단순히 오래된 과자가 아니다. 바삭한 식감과 은은한 단맛, 고운 외형 속에는 수백 년을 이어온 한국인의 정성과 공동체 정신이 스며 있다.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과 나눌 수 있는 음식으로서 유과는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있다.

우리가 명절마다 기억하고 다시 만들어보는 일은 단순한 음식 재현을 넘어, 문화와 기억을 계승하는 행위이다. 앞으로도 이 소중한 전통 간식이 다음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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