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제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데이터의 소유권과 윤리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인해 기업의 기밀 데이터나 창작자의 저작물이 무단으로 수집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기술과 법적·윤리적 기준 사이의 간극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대형기업들은 더 나은 성능의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 데이터셋을 수집하고 학습시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동의 없이 수집된 웹 콘텐츠, 기업 문서, 창작물 등이 포함되며, 이는 저작권 침해, 개인정보 보호, 기업 기밀 유출 등 다양한 문제를 낳고 있다.
더 나아가 공공기관 및 교육기관이 보유한 데이터조차 명확한 승인 절차 없이 수집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는 국가 차원의 정보보호 체계와도 충돌할 수 있으며,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윤리적 기준을 희생시킨다는 비판을 불러오고 있다.
기업 데이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무단 수집의 위험성
최근 일부 대형 테크 기업들이 인터넷상에 공개된 문서나 콘텐츠를 대규모로 크롤링하고 학습 데이터로 활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여기서 수집된 데이터에는 경쟁사 자료, 비공식 내부 문서, 고객 정보 등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 웹사이트에 게시된 백서, 제품 메뉴얼, 기술문서 등은 종종 보호조치 없이 공개되어 있어 크롤링에 취약하다. 이러한 문서가 AI 모델의 학습 재료가 되는 순간, 기업의 노하우가 경쟁사 기술로 전이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자사의 고객 지원 문서나 기술사양서에 무단 활용된 정황을 포착하고, 해당 기업에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데이터 유출은 단순한 저작권 문제를 넘어, 산업 전반의 경쟁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
기업 보안의 새로운 과제
기업들은 이제 전통적인 정보보호 영역을 넘어 ‘데이터의 학습 방지’라는 새로운 보안 과제를 안게 되었다. 로봇 차단 설정, IP 접근 제한, 학습 금지 메타태그 적용 등 다양한 기술적 조치가 필요하다. 나아가 자사 콘텐츠의 불법 활용 여부를 탐지하고,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준비도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외부 협력업체나 콘텐츠 배포 플랫폼과의 계약서에 학습 목적의 사용 제한 조항을 삽입하는 등, 계약 차원의 보호 장치 마련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사내 직원 교육도 병행해 내부 정보가 무심코 외부 플랫폼에 업로드되지 않도록 주의가 요구된다.
내부링크- https://kwaveweekly.com/
창작자의 권리, 앞에서 흔들리다
생성형 과 저작권 침해
AI가 텍스트, 이미지, 음악,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게 되면서, 원작자와 AI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특히 텍스트 기반 기존 문서에서 학습한 표현 방식이나 서사를 기반으로 결과물을 도출하기 때문에, 원저작물의 ‘유사 표현’ 또는 ‘부분 복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국내외에서 일러스트, 음원, 뉴스 콘텐츠 등이에 의해 무단 학습되었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집단 소송도 증가하는 추세다. 저작권 침해 여부는 단순히 원본을 복제했는가를 넘어, ‘영향을 받았는가’, ‘상업적 이익을 가져갔는가’ 등 복잡한 기준으로 확장되고 있다.
예술 분야의 반발도 거세다. 디지털 아티스트, 작곡가, 기자, 작가 등은 자신들의 창작물이 AI 모델에 무단 사용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일부는 자신들의 콘텐츠를 학습에서 배제해 달라는 요청을 정부기관에 제출하기도 했다.
법적 기준은 여전히 모호
문제는 아직까지 학습 데이터에 대한 법적 규제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국가는 공정 이용(fair use) 원칙을 적용하여 학습을 허용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으나, 이는 저작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국내 역시 저작권 관련 가이드라인은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어, 법적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디지털서비스(DSA)법안 등을 통해 투명성과 책임 소재를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과 미국도 자율규제와 공정성 확보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한국 또한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의 허용 범위와 보호 장치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술과 윤리의 균형을 찾아야
AI 발전을 위한 투명성 확보
기업들은 기술 혁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떤 방식으로 학습하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용자의 동의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수집, 저작권자의 허락 없는 무단 사용 금지, 공정한 보상 체계 마련은 앞으로 AI 산업이 지켜야 할 기본 윤리 원칙이 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AI 모델이 특정 데이터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적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모델 감사(Model Audit)’나 ‘데이터 기원 추적(Data Provenance)’ 등의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창작자·기업과의 상생 모델 필요
궁극적으로 AI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자와 창작자, 기업 간의 ‘공정한 데이터 계약’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일정량의 데이터 제공에 대한 금전적 보상이나, 공동 저작권 모델, 데이터 등록제 도입 등 다양한 방식의 상생 모델이 논의되어야 한다.
또한 공공 데이터를 활용하는 경우에도 일정 기준 이상의 품질, 출처 표기, 목적 제한이 보장되어야 한다. 불특정 다수의 창작물을 ‘공공 자산’처럼 활용하는 관행은 더 이상 정당화될 수 없으며, 콘텐츠에 대한 권리 의식과 보상 체계가 함께 정립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합의는 단순히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기술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요소다. 신뢰받는 AI는 투명하고 윤리적인 데이터 수집에서부터 시작된다.
마무리하며: 책임 있는 AI가 만드는 미래
AI 기술은 사회를 더 풍요롭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데이터’가 공정하지 않고, 무단으로 수집된 것이라면 그 위에 세운 모든 발전도 허상에 불과하다.
지금은 AI의 성능만큼이나,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구의 것을 활용했는지를 따져봐야 할 때다. 기업과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기술의 윤리를 세우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정부, 기업, 창작자,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 속에서 데이터 정의와 활용 기준을 명확히 하고,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술 그 자체로 위험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다.